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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K파트너스의 고려아연 적대적 M&A 시도, 한국 재벌 체제에 균열을 일으키다
MBK파트너스의 고려아연 적대적 M&A 시도는 한국 기업사의 분기점이 될 만한 사건이다. 국내 사모펀드가 시가총액 10조원 이상 대형 기업에 대해 적대적 M&A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기존 재벌 체제에 균열을 일으키고 있다. 고려아연은 최윤범 회장 측의 지분이 낮아지면서 MBK의 공격 대상이 되었고, 기존 재벌 체제 유지에 대한 비판과 함께 최 회장 측의 경영권 방어를 위한 대규모 자사주 매입과 유상증자 계획이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이 사건은 한국 재벌 체제의 미래에 대한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미국과 일본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가문 경영은 결국 펀드 및 자산운용사가 선임한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되는 경향을 보인다. 상속세 부담 증가는 재벌 가문의 지배력 유지에 어려움을 야기하며, MBK의 고려아연 M&A 시도는 가문 경영의 영속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포스트 재벌 체제를 구상하기 위해서는 세제 개편과 적극적인 상장폐지가 필요하다. 상속세와 배당소득세를 개편하여 재벌 가문의 주주환원 유인을 높이고, 투자자의 관심을 받지 못하는 기업은 상장폐지시켜 투자자 권익을 보호해야 한다. 일본은 이미 2026년까지 일정 수준 이상 유통물량을 확보하지 못하는 기업을 프라임 시장에서 퇴출시킬 수 있다고 경고하며, 투자자 우호적인 증시 환경 조성에 힘쓰고 있다.
상장폐지된 기업은 사모펀드가 인수하여 밸류업을 시킬 수 있다. 도시바의 사례는 일본 사모펀드가 기업 가치 제고를 위해 상장폐지를 시키고 새로운 지배 체제를 구축한 것을 보여준다.
결국 한국 증시 및 기업 밸류업의 종착지는 자산운용사의 역량 증진이다. 자산운용사는 단순히 ‘한탕 장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될성부른 기업을 발굴하고 민간 투자를 유치해야 한다. 하지만 국내 자산운용 업계는 트렌드를 좇는 경향이 강해, 자산운용업 본업의 실력을 배양해야 할 필요가 있다.
세제 개편, 상장폐지, 그리고 자산운용사의 역량 강화는 한국 기업 경쟁력 강화와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필수적인 과제이다.